우리/우리 사는 모습

1911년 시아버님 & 1966년 며느리

사행추 한옥 2018. 1. 7. 15:47


엊저녁 문득 시아버님 생각이 나서...

아버님 뵈러 양평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1911년에 태어나신 아버님과 1966년에 태어난 며느리...

결혼해서 3년 1개월 20일 동안 한집에 살다가...

마지막 배웅 해드리고 27년이 지났습니다...






결혼하고 한 달 쯤 지난 어느 날...

손빨래하는 모습 보시더니...   이따가 엄마오거든 하라그래...

그 말씀이 요즘도 문득문득 생각납니다...


마을 어귀 돌아서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배웅해주시던 아버님을 떠올리며...

누가 그렇게 내 뒷모습을 지켜봐 준 이가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관계를 묻습니다...

며느립니다...   하면 손주며느리요? 하고 되묻습니다...

아니요...   그냥 며느리에요...   라고 말해주면 또 한 번 묻습니다...

막내며느님이세요? 하고...   그러면 또 아니요...

늘 말이 길어지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동안 입덧하느라 고생하다 며칠 만에 식탁에 앉던 날...

아무말씀 없이 당신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내 국그릇에 넣어주시던 아버님이 가끔 생각납니다...






평소 말씀이 없으셨던 분인데...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중에 나를 제일 예뻐해주시지 않았을까???

아무런 근거없이 그냥 그러셨을 거란 믿음을 주신 아버님...


모든 자식들이 같은 착각을 하며 좋아할지 모르지만...

아버님의 그 마음이 참 든든하고 좋습니다...






일요일 낮...   아버님 산소에 가서 인사 드리며...

마음을 표현하고 왔습니다...


한 켠에 녹지않은 눈위에 크고작은 ♡도 몇 개 그려놓고...


아버님! 따뜻한 기억 오래오래 머물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많이 예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아버님 뵙고 오라고 날씨가 도와줬는지...

참으로 포근한 겨울날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