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시아버님 & 1966년 며느리
엊저녁 문득 시아버님 생각이 나서...
아버님 뵈러 양평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1911년에 태어나신 아버님과 1966년에 태어난 며느리...
결혼해서 3년 1개월 20일 동안 한집에 살다가...
마지막 배웅 해드리고 27년이 지났습니다...
결혼하고 한 달 쯤 지난 어느 날...
손빨래하는 모습 보시더니... 이따가 엄마오거든 하라그래...
그 말씀이 요즘도 문득문득 생각납니다...
마을 어귀 돌아서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배웅해주시던 아버님을 떠올리며...
누가 그렇게 내 뒷모습을 지켜봐 준 이가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관계를 묻습니다...
며느립니다... 하면 손주며느리요? 하고 되묻습니다...
아니요... 그냥 며느리에요... 라고 말해주면 또 한 번 묻습니다...
막내며느님이세요? 하고... 그러면 또 아니요...
늘 말이 길어지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동안 입덧하느라 고생하다 며칠 만에 식탁에 앉던 날...
아무말씀 없이 당신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내 국그릇에 넣어주시던 아버님이 가끔 생각납니다...
평소 말씀이 없으셨던 분인데...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중에 나를 제일 예뻐해주시지 않았을까???
아무런 근거없이 그냥 그러셨을 거란 믿음을 주신 아버님...
모든 자식들이 같은 착각을 하며 좋아할지 모르지만...
아버님의 그 마음이 참 든든하고 좋습니다...
일요일 낮... 아버님 산소에 가서 인사 드리며...
마음을 표현하고 왔습니다...
한 켠에 녹지않은 눈위에 크고작은 ♡도 몇 개 그려놓고...
아버님! 따뜻한 기억 오래오래 머물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많이 예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아버님 뵙고 오라고 날씨가 도와줬는지...
참으로 포근한 겨울날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