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첫번째 스마트폰 기념
곧 장마가 시작될거란 예보를 들었는데
꾸물꾸물 하늘도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어느새 유월하순 시간은 참 잘도 간다.
시간은 앞만보고 가는데 난 자꾸 뒤를 돌아본다.
오래전 친정엄마가 앨범을 주셨다.
아버지와 엄마의 결혼사진부터
다섯남매의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사진첩.
엄마가 편찮으셨던 날
당신은 필요없다시며 가져가라고.
조금은 슬퍼야 할 것도 같았는데
그날 난 시어머님 생각과 함께 웃음이 났다.
아주 오래전 시어머님은
편찮으신 날이면 날 방으로 부르셨다.
"이거 니가 보관해라! 아무래도 난 오래 못 살 거 같다."
수첩을 넘기시며
"여기가 우리집 주소고 이건 우리언니이름.
그리고 이건 북에 두고 온 아들이름이랑 생년월일."
설명을 들으며 맘이 무거워져
짧게 네! 하고 수첩을 받았었다. 처음엔.
이틀쯤 지나 어머님 건강이 좋아지시면
당신이 보관하시겠다며 수첩을 돌려달라셨다.
몇 년 동안 주기적으로 반복되던 일상!
처음 몇 번은 맘이 좀 그랬었는데
지날수록 건성건성 며느리역할에 충실?했더랬다.
특별히 날 선택하셨던 시어머님처럼 엄마도
오랜 생각끝에 다섯자식 중 날 선택해
앨범을 주신 줄 알았는데
"그 사진을 왜 니가 가지고 있니?"
물으시는 걸 보면 꼭 그랬던건 아니었나 보다.
허나!
내게로 왔기에 가끔이나마 두루두루 공유하며
웃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난 가끔 그 앨범속 어린날을 만나기도 하고
카톡방에 사진을 올려놓곤 하는데
한동안 나의 임무 하나가 더 생겨났다.
지난해 팔순을 보낸 아버지가 전화기를 바꾸셨다.
아버지의 첫번째 스마트폰 기념으로
아버지 언니 나 여동생 여동생 남동생
최씨성 가진 여섯명의 카톡방을 만들어
★ 최고방이란 이름을 붙여놓았다. 발빠르게!
가족사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첩에서
막내동생 백일에 찍은 사진한장을 올려놨다.
동생을 안고계신 사진 속 아버지
1973년 서른다섯살 아버지는 너무도 젊으셨다.
난 아버지의 젊은날에 시선이 머물렀는데
동생은 자기가 너무 못생겼다고 툴툴댄다.
그도 그럴것이
꼭 아들을 낳고싶은 부모님의 염원을
동생의 빡빡인 머리가
사진속에서 지금껏 말해주고 있으니.
암튼 이게 나의 담당이다 보니
아버지와의 소통을 위해 사진첩도 뒤적이고
만보기 캡처한 사진을 올려놓는 엉뚱한 짓도 한다.
"아버지 오늘 뭐하세요?"
나의 재촉에 언니는
"아버지 여기 오시려면 한참 걸립니다."
라는 말을, 동생은
"아빠 천천히 하셔도 되어요.
오타 있어도 되어요.
급하게 생각마시고 천천히 하세요."
라는 말에 이어 그 아래동생은
"아빠 글 한 번 남겨 봐." 등등
카톡방 회원활동을 하시려면
이삼일에 한번이라도 흔적을 남기셔야 할 텐데
눈도 침침하고 손바닥만한 자판은 지멋대로인지라
음성메세지를 알려드렸는데
아직 답이 없으신걸 보니 많이 쑥스러우신가 보다.
늘어나는 응원의 글과
아버지의 부끄럼은 비례할 텐데
그럼 난 어쩌나~~~
아버지가 카톡을 하신다! 안하신다!
남편과 내기한 나는???
그치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거 이렇게 하면 되는 거라며!
아빠가 이거 금방 하지~~~"
어쩌면 우리는 너무 자주 들리는 아버지 음성메세지에
이거 누가 하자고 했어?
라며 아버지 몰래 툴툴거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