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사는 모습

[중년일기] 안경도 사람도

사행추 한옥 2022. 12. 30. 08:12

 

 

이른 새벽

머리맡에 두고 잔 안경을 밟아

톡 부러졌다.

 

아직 쓸만한데 어떡하지?

 

지난여름 추가로 맞출 때

오만원이나 줬는데

단양은 물가도 비싼데

 

궁리하다 보니

오래전에 쓰던 안경이 떠오른다.

 

안경다리 부러진 안경이랑

다리만 멀쩡한 안경을 꺼내놓고

됐어! 합체하면 쓸 수 있을 거야!!!

 

이른 새벽 부주의로 멀쩡한 안경

부러뜨린 건 잊은지 오래

새로운 기대로 일단 기분좋은 아침을 맞는다.

 

 

잠시 후

얼마를 달라고 할까???

 

새로 안경 할 때 오만원이라고 했는데

이만원? 이만오천원?

그 이상이면 새로 하는 게 맞을까???

생각만 있을 뿐 답이 없으니

일단 가보는 수 밖에.

 

 

단양읍내 안경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행히 손님이 없었다.

 

다리 부러진 안경이랑

다리 멀쩡한 안경이랑

합체가 가능한지를 물었더니 가능하단다.

 

얼마냐고 물으니

진열대 위에 놓인 모금함을 가리키며

원래 만원은 받아야하는데 거기에 오천원만 넣으란다

 

십여분 가량의 시간과 수고로

망가진 안경 두 개가 합체되어

맘에 쏙 드는 안경으로 재탄생되었다.

 

진열대 위에 놓인

자그마한 플라스틱 모금함에

만원짜리 지폐 한 장 넣으려는데

거기에 큰돈 넣지 말라며

잔돈이 없으면 바꿔주시겠단다.

 

만원권 지폐가 아닌

잔돈을 넣으라는 의미는 모르겠으나

사업장에서 자연스레 재능기부하는

사장님 모습이 멋지고 근사하다.

 

새로이 득템한 안경도 맘에 들고

기부인지 댓가지불인지 모를

만원의 행복도 따스했고

 

내가 사는 단양에서

멋진 삶을 살고 계신 분을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 ♡♡♡ ♡♡♡ ♡♡♡ ♡♡♡

 

알만 멀쩡한 안경도

다리만 멀쩡한 안경도

절대 제 구실을 할 수 없으나

합체되는 순간

제 몫을 하는 것처럼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을까~

나의 장점과 너의 장점이 합체될 때

빛나는 우리가 된다는 거!

 

 

 

 

 

 

 

안경 부러졌다!

이른새벽 잠깨자마자 당황한 나에게

 

내가내가 당신 그럴 줄 알았어!

안경 그렇게 아무데나 두지 말라고 했지!

언젠가 그럴 줄 알았어!

 

 

불쑥

그때의 남편 반응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빛나는 부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의 장점을 찾아 그런대로 괜찮은

부부라도 될 수 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