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오십 년 지기
오십 년 지기
오래전 그날, 우리 집에 처음 왔던 날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젊음, 기억하지?
희노애락 함께 하며 숱한 시간 지나오고도
넌 짹깍짹깍 잘도 가는데
째악깍째악깍 난 자꾸 박자를 놓친다.
촌스럽다고~
요즘 누가 저런 시계를 걸어놓느냐고~
툴툴대는 언니
멀쩡히 잘 가는 시계를 왜 치우냐고~
큼지막해서 안경 없이도
잘 보여 좋다는 엄마
여러 해 전까지
언니랑 엄마 사이에서
종종 오가던 대화였는데
어느 날
투박한 벽시계 속에서
엄마의 젊음을 보았습니다 。 。 。
문득
부모님의 청춘은 어떠셨을까!
궁금증이 일어 여쭸더니
1973년도에 시내 가서 사 온
고급 시계라고 말씀하십니다 。 。 。
어린아이 셋 데리고
전셋집 구하기가 힘들어
서울 변두리에 땅을 사 집을 짓고
그 집에서
세 딸에 이어 딸 하나와
원하던 아들까지 낳으셨으니
경제적으로 빠듯하긴 했겠지만
이런 시계 하나쯤의 사치?는
괜찮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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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내가 여덟 살이던 헤
엄마가 막내 낳으러 병원에 갔던 날
막내 자리 내어놓게 된 동생이
엄마를 찾으며 울던~
하룻밤? 아니 이틀 밤 지나선가?
학교 갔다오니
못 보던 꽃무늬 이불 속에
인형 같은 아기가 안방에 누워있었던 일과
큼지막한 벽시계가 안방 벽에
걸리던 날의 기억은 어렴풋하지만
같은 해였던 건 몰랐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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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째
엄마 방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던
벽시계가 훅 마음에 닿았고
올해로 꽉찬 오십 년
마치 그 해를 기념이라도 하듯
엄마의 청춘 한 조각에 글을 얹었습니다 。 。 。
엄마의 삼십 대를
육십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같은 여자의 눈으로 볼 수 있음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상합니다 。 。 。
<글/사진 최정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