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디카-시] 오십 년 지기

사행추 한옥 2023. 9. 27. 08:49

 

 

 

오십 년 지기

 

오래전 그날, 우리 집에 처음 왔던 날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젊음, 기억하지?

희노애락 함께 하며 숱한 시간 지나오고도

넌 짹깍짹깍 잘도 가는데

째악깍째악깍 난 자꾸 박자를 놓친다.

 

 

 

 

 

촌스럽다고~

요즘 누가 저런 시계를 걸어놓느냐고~

툴툴대는 언니

 

멀쩡히 잘 가는 시계를 왜 치우냐고~

큼지막해서 안경 없이도

잘 보여 좋다는 엄마

 

여러 해 전까지

언니랑 엄마 사이에서

종종 오가던 대화였는데

 

어느 날

투박한 벽시계 속에서

엄마의 젊음을 보았습니다 。 。 。

 

문득

부모님의 청춘은 어떠셨을까!

궁금증이 일어 여쭸더니

1973년도에 시내 가서 사 온

고급 시계라고 말씀하십니다 。 。 。

 

어린아이 셋 데리고

전셋집 구하기가 힘들어

서울 변두리에 땅을 사 집을 짓고

 

그 집에서

세 딸에 이어 딸 하나와

원하던 아들까지 낳으셨으니

 

경제적으로 빠듯하긴 했겠지만

이런 시계 하나쯤의 사치?는

괜찮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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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내가 여덟 살이던 헤

 

엄마가 막내 낳으러 병원에 갔던 날

막내 자리 내어놓게 된 동생이

엄마를 찾으며 울던~

하룻밤? 아니 이틀 밤 지나선가?

학교 갔다오니

못 보던 꽃무늬 이불 속에

인형 같은 아기가 안방에 누워있었던 일과

 

큼지막한 벽시계가 안방 벽에

걸리던 날의 기억은 어렴풋하지만

 

같은 해였던 건 몰랐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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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째

엄마 방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던

벽시계가 훅 마음에 닿았고

 

올해로 꽉찬 오십 년

마치 그 해를 기념이라도 하듯

엄마의 청춘 한 조각에 글을 얹었습니다 。 。 。

 

엄마의 삼십 대를

육십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같은 여자의 눈으로 볼 수 있음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상합니다 。 。 。

 

<글/사진 최정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