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포토에세이] 추석빔

사행추 한옥 2023. 10. 2. 05:41

 

 

 

추석빔

 

어릴 때 엄마는 추석빔을 꼭 해주셨는데

아이에게 추석빔을 따로 해준 적이 없습니다.

 

추석이 가까워질 때면

언니랑 동생이랑 엄마랑 다 같이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가서

서로 옷을 골라주며

새 옷을 입는 게 무척이나 설레었는데

내 아이는 그걸 모르고 자랐습니다.

 

명절이 아니어도 필요할 때마다

옷을 사 입혀서 그랬겠으나

내 아이는 영영

그 설렘조차 모를 텐데

아이도 가고 없는 날

 

오래전 설렘 들여다보다가

커플 양말 꺼내 신고서 찰칵,

네 발인지 내 발인지 모르겠다며

깔깔대는 웃음까지

부부의 추석빔인 양 담아둡니다.

 

 

 

 

 

추석인데 추석빔도 없네!

 

남편은 알아듣지만

아이는 추석빔이 뭔지 모릅니다 。 。 。

 

우리는 추석빔을 입고 자랐지만

아이에게 따로 해 입힌 적은 없습니다 。 。 。

 

삶이 넉넉해졌다는 뜻일 텐데

풍요로워진 삶 속에

놓치게 되는 아쉬움이 종종 있습니다 。 。 。

 

긴긴 추석 연휴

한 팀 손님 배웅하고

새 손님 기다리는 중에 찰칵!

 

얼굴 사진 남겨두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포장?이 필요해서

발 한 짝씩 찍었는데

어떤 게 누구 발인지~

어느새 발도 닮아가나 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