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건강조사 ♡ 단양군 영춘면 영부로
지역사회 건강조사 일주일째.. 처음 맞는 일요일인 9월 6일에 만난 이야기입니다...
토요일인 5일은 시댁 벌초가 있어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일요일은 하루 종일 바쁘게 ~~~
오전에는 주중에 만나지 못한 분들을 만나느라 하리에서 활동하고...
오후에는 집에서 조금 먼 용부로 & 동대리 주변에서 조사를 했습니다...
이 날은 좋은일도 힘든일도 ... 돌발상황까지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평소 네비게이션을 보며 어딘가를 찾는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나마 다행인것은 시골인 만큼 차가 많지 않아 운전이 조금 수월하다는 거...
우리 집에서 거리가 조금 멀긴 했지만 굽은길이나 언덕에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수월했고 조사 대상인 여섯 가구가 한마을에 있었다는 거...
도로변에 마을회관이 있어서 우선 주차를 하고...
회관 옆 작은 가게 앞 평상에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가서 인사드리고 확인해 보니...
고맙게도 조사 가구 대상이었습니다...
같이 계시는 어르신들께 사시는 곳의 주소를 여쭸더니 다들 기억하지 못하십니다...
최근 도로명 주소로 바뀐 탓에 모르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주소를 모르신다니 이럴 땐 발로 뛰는 수밖에 ~~~
재미있었던 건 그 곳에 계셨던 어르신 댁을 모두 방문해 조사를 했다는 거 *^^*
조사 시작전에 늘 같은 말씀을 드립니다...
지역사회 건강조사는 현재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조사이며
조사시간은 15분에서 20분 가량이며 1대1로 진행이 된다고...
그러면...
말벗이 필요한 어르신들이나 매우 친절한 분들은 '어여 해' 라는 말씀을 ~~~
그리고... 조금 바쁘시거나 귀찮다 싶으신 분들은 ... '
난 하다가 싫으면 관둘거야' 라는 말씀을 하기도 하십니다...
그런데 ...
어르신들 대상의 조사는 거의 한 시간 가량 족히 걸립니다...
오래 살아오신 만큼 하고 싶은 말씀도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이날도 그렇게 조사를 하다보니 어둑어둑 해가 집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 조사를 마쳤는데 또 한 집이 남아있습니다...
다시 방문하기엔 좀 멀고 온 김에 끝내고 싶은 욕심에 ~~~
조사를 마친 어르신께 상황 설명을 드렸더니 괜찮으니 가보라고 용기를 주셔서...
마지막 집을 찾아갔습니다...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실내에 불이 켜져 있어서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두 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나를 보시자마자
'어여 들어 와... 배고프지.. 칼국수부터 먹어..' 하십니다...
이건 무슨 반응이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일단 반겨주시니 다행이고...
함께 계시던 남자분은 동생인데 벌초를 하러 오셨답니다...
낮에 벌초하고 동생이 좋아하는 칼국수 밀어서 끓여드시는 중이라고...
어머님께서 일단 국수부터 먹으라는 걸 사양했더니 먹던 거 싫으면 새로 끓여주시겠다며
칼국수 드시다말고 일어나십니다...
에구... 대접에다 한국자 덜어서 일단 먹었습니다...
이미 밖은 완전히 캄캄해졌습니다...
칼국수를 다 드신 어머님께서 '이제 어여 가... 캄캄하니까..'
이건 또 무슨 반응일까요???
그럼 누군지도 모르시고 밥을 먹이신 건가 ???
옆에 있던 동생분이 조사하러 왔다고 친절히 설명을 해주십니다...
과연 조사가 될까 의아해하며 노트북을 열고 시작을 했는데...
차근차근 답변을 잘 해주십니다...
수시로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싶으면 동생분이 한마디 거들어 주십니다...
'누이.. 그러게 하다보면 밤새도 다 못해요.. 묻는 말에만 대답해요.' 하고...
일찍 혼자되어 자식들 공부시켜 객지로 내보내고 혼자 살고 계시는 어르신입니다...
이 어르신은 물론이고 다니면서 어르신을 뵈며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종교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종교든 종교를 가지고 계시는 분들은 종교에 많은 의지를 하고 계십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왔는데 앞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캄캄합니다...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입니다...
동생분의 안내를 받으며 가로등이 있는 길까지 나왔습니다...
캄캄한 밤길에 처음 본 남자분의 도움인지라 거리를 두고 따라갔는데 ~~~
친절하고 자상한 안내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영월까지 가셔야함에도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셨는데...
의심없이 고마움을 그대로 받지 못해서 ...
서로 믿고 살지 못하는 삶이 안타깝기도 하고...
캄캄한 어둠속의 시골길을 네비게이션 하나 믿고 집으로 왔습니다...
큰 길이 아닌 작은 골목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때문에 잠깐 당황하고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와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만나 겁도 났지만...
긴긴 하루를 마치고 무사히 귀가했습니다...
영부로와 동대길에 다녀온 지 나흘이 지났는데 누군지도 모르시며
칼국수 먹고가라던 어르신 생각이 자꾸 납니다...
어르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춘면 영부로와 동대길 마을은 여러가지 감정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