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사회 건강조사

지역사회 건강조사 ♡ 콩당콩당 가슴 뛰던 날 *^^*

사행추 한옥 2015. 9. 22. 07:50

 지역사회 건강조사원으로 활동하며 영춘면을 다닌 보름간의 시간들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하고 살았던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귀한 날들이었습니다...

 

9월 15일 화요일 영춘면 사지원길의 세 가구 조사를 끝으로

내게 주워진 이 지역 지역사회 건강조사 임무 완료 ...

 

영춘면 주민들을 만나면서 안타깝고 아픈 사연에 무거운 마음일때도 있었고

혼자 누워계시는 어르신을 보면서 얼마나 외로우실까 싶기도 했고

잘 듣지 못하시는 어르신께 큰 소리로 여쭙느라 목이 아플때도 있었습니다...

 

만나는 분들마다 크고 작은 사연들을 안고 계셔서

어르신들이 들려주시는 옛이야기 듣는 시간이 조사 시간의

세 배 아니면 네 배 쯤 되지않았을까 싶습니다...

나는 이 시간들을 통해 내가 몰랐던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16일 수요일엔 갑자기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영춘면에서 만난 분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세 분께 선물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아니...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아니라 내가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는 분이라는

표현이 어쩌면 맞을 것 같습니다...

정말 힘든 상황에 계신 분들은 지금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냥 그분들은 마음으로 응원하는 수 밖에는 ~~~

 

 

치아가 하나도 없어서 찹쌀을 푹 끓여드신다는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우편물을 받으시고 며칠 동안 나를 기다려주신 어머님...

먹다남은 웨하스랑 호박엿사탕을 집에가서 먹으라고 주신 어머님...

또 놀러오라고 하셔서 그 약속을 지키러 갈 때 가져가려고 과자 두 봉지 샀습니다...

웨하스처럼 잘 녹을 것 같은 과자 두 봉지 *^^*

 

가방에 있던 호박엿사탕 한 줌 꺼내 드렸더니 입이 쓸 땐 사탕이 최고라며

사탕 몇 개에 반가워하셨던 어머님 생각이 나서 과일맛 종합캔디도 한봉지 샀습니다...

건강조사에 무관심 하시고 비협조적이시다 답례품인 상품권을 받으신 후

아버님 조사까지 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점심밥까지 챙겨주신 어머님...

어느날 불쑥 찾아가 사탕 한봉지 선물로 드리면 한번쯤 환하게 웃어주시겠지요 *^^*

 

그리고 세번째 선물의 주인공은 참 멋진 분이십니다...

조사 가구를 방문했다가 부재중일때는 대문에 다녀간다는 스티커를 붙이고 옵니다...

거의 대부분 연락이 없는데 이 댁에선 전화를 주셨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도로명 주소를 여쭸더니 벽에 붙은 주소를 보고 읽어주십니다...

일흔이 넘은 지금 한글을 배우고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고 계신답니다...

글씨 연습중이라며 꺼내주신 공책은 오래전에 봤던 금전출납부였습니다...

겉장이 두툼하고 두꺼운 금전출납부..    테두리가 얄강얄강하고...

숫자에 맞게 작은 선이 여러겹 인쇄되어 있는 지면에는

삐뚤빼뚤 채워진 어머님의 손글씨가 빼곡합니다...

어머님의 꿈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해서 누워계신 남편분 간호하면서

급여를 받으시는 거랍니다...

이 어머님은 교회에서 찬송가 페이지 찾으려고 숫자를 10000까지 배우셨답니다...

찬송가 책이 두꺼워서 만페이지까지 찬송가가 있는 줄 아셨는데

숫자 만까지 익힌 후에 아셨답니다...

찬송가 책이 오백 몇 페이지까지 있다는 것을 *^^*

이 어머님께 드릴 공책이랑 연필과 지우개를 샀습니다...

깍두기 공책이 좋을지 줄공책이 좋을지 몰라 잠시 망설였고

남편이 작은 연필깎이도 하나 사자고 해서 같이 샀습니다...

포장지 위에 예쁜 나비도 한마리 달았습니다...

 

참 고단한 삶을 살아오신 분들께 깜짝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순간의 기쁨은 되지않을까 싶은 마음입니다...

마트에 가서 과자랑 사탕이랑 공책을 사면서 주인공인 어머님들을 떠올려보며

콩당콩당 나 혼자 신이 났습니다...

어머님들도 나처럼 좋아해주시겠지요 ???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