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
호박죽...
내가 호박죽을 즐기지않는 이유는 어릴 때 너무 많이 먹어 물린 탓입니다...
무엇을 해도 손이 크신 우리 엄마...
도대체 얼마나 큰 호박으로 얼마나 많이 쑤셨던건지...
몇 날 몇 일 동안 호박죽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조금씩 물리기 시작했던 우리 다섯 남매 하나둘씩 먹지않겠다 선언하고 ...
엄마 혼자 얼마나 오랫동안 드셔야할까 싶어 억지로 먹었던 나...
어렸을 적 일인지라 어렴풋한 기억일 뿐...
얼마나 많은 양이었는지... 정확히 며칠이나 먹었는지...
다섯 남매 중 그 호박죽에 얽힌 사연을 왜 나만 기억하고 있는 건지...
어찌되었건 그 이후 호박죽을 먹지 않습니다...
그랬었는데... 그랬던 내가...
요즘 수시로 호박죽 연구? 중입니다...
양평에 갔을 때 시아주버님께서 늙은 호박을 하나 주셨습니다...
농사 지으시는 아주버님 댁에는 마당 가득 먹거리가 가득하고...
갈 때마다 이것저것 잘 챙겨주십니다...
솔직히 늙은호박이 썩 반갑지 않았지만...
'네!!! 아주버님... 주세요... 잘 먹겠습니다.' 하고 받아들었는데...
형님께서 그거 상처나서 안된다고 성한 거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무릎 연골에 문제가 생겨 잘 걷지도 못하시는 형님의
일거리 하나 줄지않을까 싶은 마음에...
'형님!!! 가져가서 바로 손질할게요.' 하고 가져왔습니다...
오는 길에... 남편 하는 말...
필요도 없는 호박을 왜???
그냥... 형님 힘드실까 봐...
힘들게 농사지어 수확한 호박을 더 망가뜨릴 수도 없고...
(농산물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기특한 마음이 귀촌후에 생겼다는)
일단 호박 손질을 하고... 인터넷 검색...
호박죽... 호박전... 호박범범...
몇 번 시도해 본 후...
작게 썰어 작은 용기에 나누어 담아 냉동실로...
처음엔 쌀가루 이외의 잡곡 없이 호박죽만...
다음번엔 울타리콩 불려서 넣었더니 좀 더 그럴듯한 모양...
몇 번의 시도 끝에 모양도 색도 맛도 비스무리하게...
어떤 맛이든 잘 먹어주고 격려해주는 남편과 아들...
몇 번 하다보면
'사행추한욕표'라는 이름이 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근사한 호박죽 한 그릇 끓여 다리 아파 힘들어하시는 형님께
가져다 드릴 수 있는 날이 조만간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