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한 살의 어느 한 날...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 문득문득 생각나고...
좀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끄적여봅니다...
민박손님이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일찍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집 정리가 조금 덜 되었는데...
마당에서 인기척이 납니다...
나가봤더니 어르신 한 분이 대문 밖에서 서성이고 계십니다...
누구시지??? 나가서 여쭤봤더니...
가족들과 옆집에 오셨는데 집이 좋아서 구경하신다고...
연신 집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안으로 모시고 싶었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잠시 서있다가...
'어르신 천천히 둘러보세요.' 하고는 들어와서...
하던 일을 했습니다...
내내 마음에 걸려 옆집 마당을 넘겨다 봅니다...
다음날 아침... 옆집 툇마루에 어르신이 앉아 계십니다...
집에 있던 빵 하나 들고 얼른 건너갔습니다...
에구... 그 사이 어르신은 안으로 들어가셨는지...
다른 가족들만 마당 가득 계십니다...
전날 일을 말씀드리고 어르신께 죄송하다고...
안으로 잠시 모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어르신 집에 가실 때 간식으로 드시라며
가져간 빵을 드리고 나왔습니다...
한옥... 돌담... 나무대문...
어쩌면 젊은 날에 사셨던 집 생각이 나셨던 건 아닌지...
입으로는 늘상 조금 천천히... 라고 말하면서...
순간순간 바빠지는 내 모습이 참...
내 모습에서 사람들에게...
시골인심이... 단양이... 가톨릭신자가...
참 좋다는 이미지가 전해졌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아직 많이 부족한 거 같아 속상하기도 하고...
그 날의 내 모습이...
지팡이 짚고 서계시던 어르신의 모습이...
문득문득 떠올라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내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푸근한 시골 인심을... 단양사람들에게는 사람냄새가 난다는...
카톨릭 신자들에게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난다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조금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쉰 한 살의 어느 한 날을 이렇게 되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