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사는 모습

경주김씨 상촌공파 연중행사 벌초 *^^*

사행추 한옥 2016. 9. 4. 07:50








2016년 9월 3일 토요일...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의 경주김씨 상촌공파 연중행사인 벌초...

내가 이 행사에 맨 처음 갔던 해가 1987년...

내 나이 스물두 살 때였습니다...

올해로 딱 삼십년이 됩니다...


매 해 한번씩 밥 당번이 있다는 시댁...

처음 갔던 1987년 밥 당번이 작은아버님 댁이었다는데...

지금 사촌 아주버님 연세가 육십이 넘으셨고...

벌초를 주관하시던 부모님들은 아무도 안계십니다...

개인적인 일로 어제 참석하지 못한 분들이 많긴 하셨지만...

어제 벌초하러 간 형제분들 중에...

남편 나이가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부모님 세대는 아무도 안계시고...

아주버님과 형님들은 여기저기 편찮으시단 소식뿐...


작년까지는 집에서 밥을 했었는데...

여려가지 이유로 올해부터는 식당을 이용하기로...

아들인 남자들이 벌초하는 동안...

며느리인 여자들이 밥 준비를 했었는데...

밥을 하지 않아 며느리들의 부담은 없어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형님과 사촌동서와 함께...

고모님댁에 가서 벗 해 드리고 왔습니다...


85세이신 고모님...

수개월 전 고모부님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데...

TV 채널 9번이 나오지않아 못보신다고 하셔서...

오는 길에 다시 들렀습니다...

TV를 켠 남편...

'고모! 켜니까 이게 9번인데요.'

'그게 9번이야? 안나왔었는데...  지난번에 애들이 고쳐놨나!'

남편이 채널 돌리는 리모콘 작동법을 알려드리지만...

난 금세 또 잊어버려...  라고 하십니다...

에고...   이런 일이 어디 고모님 댁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요???

마을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 많으실 텐데...


급하게 냉동실에서 만두를 꺼내십니다...

갈 때마다 냉동실에서 먹거리를 꺼내주시는 고모님...

꽈리고추도 한봉지 꺼내주십니다...

손질 다해서 바로 조리해 먹으면 된답니다...

양평에서 단양까지 두 시간 부지런히 와서...

만두부터 꺼내봅니다...

시댁은 만두를 빚어 그대로 냉동보관합니다...

냉동상태의 만두를 싸주시는데...

가져오는 동안 조금씩 녹아서

만둣국을 끓이면 반은 풀어집니다...

만두를 나누어 냉동실에 넣으면서...

들기름 냄새가 솔솔 나는 수제비같은 고모님표 만두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작은어머님께서 해주시던 총떡 생각도 가끔 났었는데...

어제 동서가 비슷한 말을 합니다...

고모님께 총떡 만드는 법 알려주십사 했더니...

언제든 오라고 하십니다...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랐다는 총떡  만드는 법을 잘 배워서

편이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한 접시 근사하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요!!!

세 번 쯤 강산이 변했을 삼 십년이 지난 요즈음...

지금껏 행해오던 벌초에 변화를 시도하려 합니다...

좋은 방향의 변화였으면 좋겠고...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에서 치뤄지는

경주김씨 상촌공파의 연중행사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행사로 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

남편이 말합니다...

이런 걸 다 보고 살아와서 참 좋다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는 동생과 조카들에게...

사흘씩 찬보리밥 싸가지고 다니면서 벌초를 했었다며

아쉬워하시는 80을 바라보시는 형님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고...



아쉬움과 반가움 속에...

2016년 연중행사인 벌초를 하고 왔습니다...

경주김씨 며느리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집안 벌초라는 말이 나옵니다...

수성최씨 집안 벌초는 친정벌초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운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구세대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