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사는 모습

[가족이야기] 혼주는 언내(어린아이)

사행추 한옥 2021. 6. 3. 15:28

 

 

엊저녁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혼주는 내 기억 속 언내

 

소년을 처음 알게 된 오래전

한참을 거슬러 만난 추억이 재미납니다 。。。

 

 

 

 

 

4녀 1남인 우리집

2녀 1남인 작은집

차례를 지낼 때 조촐했던 친정과 달리

 

한 남자를 만나 인연을 맺은

새로운 집안의 명절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

 

 

 

 

 

결혼 후 첫명절이었던 추석날 새벽

차례 모시러 형님댁에 가는 내게

시어머님은 한복을 입고 가라셨습니다 。。。 

 

새며느리는 그래야 하는 거라고!

 

 

 

 

 

1988년 추석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양평의 추석이 겨울만큼 춥다는 것을~

(오십오년 사는 동안 그보다 더 추웠던 날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33년 지난 지금도 가끔 웃곤합니다 。。。

가마솥 앞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났던

윗니와 아랫니의 부딪힘 소리를 떠올리며~ 

 

 

 

 

 

세 줄로 서서 차례를 지내고

아침밥을 세 번에 나눠 먹는 풍경이

참으로 놀라웠던 그 날!!!

 

차례를 지내고 아침상을 차리고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잠시 사랑방에 들어가 쉬라고 배려?해주셔서

 

 

 

 

 

아무 생각없이 사랑방 문을 열었는데

이 풍경은 또 무엇인가???

 

방안 가득한 사람들이 놀랍고

나를 향한 시선에 당황해

나도 모르게 방문을 쾅 닫고 돌아서

휴우~~~ 뿜어낸 한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어가지 왜 안들어가고 섰냐시며

앞장서 들어가 주십니다, 작은어머님께서!

쭈뼛쭈뼛 들어선 순간

 

안녕하세요! 나를 향한 인사에

시동생? 조카? 둘 중 하나이긴 하겠으나

도무지 알 수 없음에 "아! 네, 안녕하세요!"

 

 

 

 

 

내 딴엔, 시동생이었으면 존대가 당연하고

조카라도 뭐 괜찮겠지 싶었으나

그건 어디까지 내 판단이었을 뿐,

 

너는 언내한테 어, 그래 왔니?

하면 되지 안녕하시긴 뭐가 안녕하시냐고~~~

 

쩌렁쩌렁한 작은어머님 목소리에

또 한 번 당황했던

새며느리로의 첫명절 웃픈이야기 ^^

 

 

 

 

 

이후 한참동안 알 수 없었던 언내!

가끔 생각은 났으나 찾지 못한 궁금증은

그로부터 아홉해가 지나서야 풀렸습니다 。。。

 

 

 

 

 

나의 시어머님 먼 길 가시던 날

큰할머니 마지막 배웅해드리러 온

그 언내와 마주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식구 많은 집에 시집 와 관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참 많이 힘들었다고 풀어놓은

나의 첫 추석 시집살이?를 듣더니

나직하게 말합니다 。。。

 

숙모님! 그때 그 아이가 저였어요 ^^

 

 

 

 

 

그랬던 그 어린아이가

청첩장을 보내왔습니다 。。。

 

혼주라는 글자옆에 본인의 이름을 박아서!!!

 

 

 

 

 

휘리릭 지나간 날들 들춰보다가

사진첩을 펼쳤습니다 。。。

 

나와 인연이 맺어지기 전 사진이 재미났고

결혼사진을 볼 때는 살짝 눈물이 맺혔습니다 。。。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청첩장 받고 이생각 저생각

핑계김에 삶을 돌아봤습니다 。。。 

즐겁게 또 심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