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혼주는 내 기억 속 언내
소년을 처음 알게 된 오래전
한참을 거슬러 만난 추억이 재미납니다 。。。
4녀 1남인 우리집
2녀 1남인 작은집
차례를 지낼 때 조촐했던 친정과 달리
한 남자를 만나 인연을 맺은
새로운 집안의 명절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
결혼 후 첫명절이었던 추석날 새벽
차례 모시러 형님댁에 가는 내게
시어머님은 한복을 입고 가라셨습니다 。。。
새며느리는 그래야 하는 거라고!
1988년 추석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양평의 추석이 겨울만큼 춥다는 것을~
(오십오년 사는 동안 그보다 더 추웠던 날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33년 지난 지금도 가끔 웃곤합니다 。。。
가마솥 앞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났던
윗니와 아랫니의 부딪힘 소리를 떠올리며~
세 줄로 서서 차례를 지내고
아침밥을 세 번에 나눠 먹는 풍경이
참으로 놀라웠던 그 날!!!
차례를 지내고 아침상을 차리고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잠시 사랑방에 들어가 쉬라고 배려?해주셔서
아무 생각없이 사랑방 문을 열었는데
이 풍경은 또 무엇인가???
방안 가득한 사람들이 놀랍고
나를 향한 시선에 당황해
나도 모르게 방문을 쾅 닫고 돌아서
휴우~~~ 뿜어낸 한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어가지 왜 안들어가고 섰냐시며
앞장서 들어가 주십니다, 작은어머님께서!
쭈뼛쭈뼛 들어선 순간
안녕하세요! 나를 향한 인사에
시동생? 조카? 둘 중 하나이긴 하겠으나
도무지 알 수 없음에 "아! 네, 안녕하세요!"
내 딴엔, 시동생이었으면 존대가 당연하고
조카라도 뭐 괜찮겠지 싶었으나
그건 어디까지 내 판단이었을 뿐,
너는 언내한테 어, 그래 왔니?
하면 되지 안녕하시긴 뭐가 안녕하시냐고~~~
쩌렁쩌렁한 작은어머님 목소리에
또 한 번 당황했던
새며느리로의 첫명절 웃픈이야기 ^^
이후 한참동안 알 수 없었던 언내!
가끔 생각은 났으나 찾지 못한 궁금증은
그로부터 아홉해가 지나서야 풀렸습니다 。。。
나의 시어머님 먼 길 가시던 날
큰할머니 마지막 배웅해드리러 온
그 언내와 마주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식구 많은 집에 시집 와 관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참 많이 힘들었다고 풀어놓은
나의 첫 추석 시집살이?를 듣더니
나직하게 말합니다 。。。
숙모님! 그때 그 아이가 저였어요 ^^
그랬던 그 어린아이가
청첩장을 보내왔습니다 。。。
혼주라는 글자옆에 본인의 이름을 박아서!!!
휘리릭 지나간 날들 들춰보다가
사진첩을 펼쳤습니다 。。。
나와 인연이 맺어지기 전 사진이 재미났고
결혼사진을 볼 때는 살짝 눈물이 맺혔습니다 。。。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청첩장 받고 이생각 저생각
핑계김에 삶을 돌아봤습니다 。。。
즐겁게 또 심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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