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사는 모습

삼포세대? 내가 내려놓은 건...

사행추 한옥 2018. 2. 13. 15:10


주방용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테인레스 제품이나 유리용기면 좋겠다 싶어...

마트를 찾았다가 가격이 비싸 구경만 하고 왔습니다...






몇 차례 마트에 가서는... 

혹시 할인 제품이 있는지를 살피다 돌아서기를 반복하다가...

어느날...   잘 보지도 않는 TV 홈쇼핑에서 구매를 했습니다...






가격이 좀 비싸다 싶긴 했지만...

지금껏 값을 지불하고 용기를 산 적이 거의 없어서...

한번쯤 욕심을 내고 싶어졌습니다...






이삼일 후...   배송받은 용기를 모두 꺼내 세척하다가...

2018년 급여 인상 기념으로 내가 내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더니...

옆에서 한마디 합니다...

어찌 필요해서 구매한 식기가 선물이냐고???






내가 가지고 싶었던 거 갖고 기쁘면 그게 선물이지...

선물이 뭐 그보다 더 거창해야 하는 건가???


설거지하다가 생각 가지치기가 이어졌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생겨난 신조어 중에...

N포세대니...   삼포세대니...   오포세대니...   말들이 참 많습니다...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하고 내집마련을 포기한다는...

그 말을 되새기며 가만 생각해봅니다...






결혼도 했고 출산도 했고 내집마련도 한 나는

무엇을 포기했을까???


결혼과 출산이 필수였고...   최고의 목표가 내집마련이었던 우리는...

그게 마냥 쉽기만 했을까???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연중무휴 하루 열여덟시간씩 일하느라 젊은날의 여유를 접었고...

내 아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없었고...

입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을 내려놓지 않았을까???


 




TV드라마에서...
바닷가 모래밭에 연인들이 그려놓은 하트를 보며...

우와!!!   예쁘다...   살짝 부러워하던 마음을 눌러놓고는...

나중에 꼭 해봐야지...


뭐 돈만 저금하란 법이 있을까...   행복도 낭만도 저금했다가...

훗날 더 많이 즐기면 되는 거지 ~~~






돈도 시간도 없는데...  

일상속에서 포기하는 것들이 많아지면 우울해지니까...

은행 통장에 돈을 저금하듯이 행복도 저금하는 거라고...

애써 위로하며 예까지 왔습니다...


돌이켜보며...   그래도 다행이었지 싶고 대견한 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늘 밝은 꿈을 꾸며 살아왔다는 거...

신뢰하는 마음으로 약속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거...


바닷가 모래밭이 아닌 하얀눈이 소복히 쌓인 학교 운동장에서

하트를 그릴 줄 아는 지혜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어찌 생긴 상품권으로 가방 하나 사서...

이십수 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명품인 줄 아는 여자...


새로 산 주방용기 설거지하는 동안 찾아온 생각들을 들춰보니...

나는 포기한 게 아니라 잠시 뒤로 미루어두고 살아온 거 같습니다...


은행통장에 돈을 저금하듯이...

빠듯한 삶을 살아오는 동안...  

시간도 여유도 행복도 꿈통장에 차곡차곡 담아온 거 같습니다...


지금 나는 꿈통장에서 조금씩 꺼내쓰기도 하지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삶을 담아갑니다...


사랑 행복 & 추억 ♡♡♡ 사행추한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