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사는 모습

도종환 님의 담쟁이

사행추 한옥 2019. 5. 2. 05:30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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