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끄적끄적] 열 살의 작약 꽃에게

사행추 한옥 2026. 5. 22. 11:44

 

 

 

2026년 5월 22일 금요일

열 살의 작약 꽃에게

 

 

 

 

 

안녕!

십 년쯤 전이었나?

 

맨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발그스레한 모습을 보기 전까지

한참을 고민했어.

 

뽑아버려야 할까?

그냥 두어야 할까?

 

너의 정체를 잘 몰라서 그랬었지.

 

 

 

 

 

가만 생각해 보면

넌 그때 웃음 참느라 힘들었을지 몰라.

아니, 어쩌면 불안했을지도 모르겠다.

 

너의 화려함을 모르고

몇 날 며칠 고민하는 날 보면서

 

웃었다가 초조했다가 ~

발그스레하던 그 감정이 쌓이고 쌓여

눈부시도록 화사한 빛깔로 오는 거,

 

맞지?

 

 

 

 

 

궁금증 안고

오랜 기다림 끝에 널

맨 처음 마주한 순간

기억 저 편

아주 오래 전 생각 하나가 깨어났어.

 

외할머니 댁 뒤란 가득했던 꽃

그 꽃이 우리 집 마당 안으로 들어온 거야.

 

의도치 않은 만남이 놀랍고 반가웠어.

 

 

반가움 속에서

그 옆 앵두나무 생각도 나더라.

 

여름방학까지 나무에 달린 채

빨갛게 익은 앵두가

기다려주길 간절히 바랐지만

그 바람이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워하던 열 살 아이의 마음까지...

 

 

 

 

 

그나저나 어떻게 알았어?

우리 집을.

 

내가 있는 거 알고 온 거야?

 

혹시

우리 외할머니가 알려주셨니?

 

매해 놀러오는 널 보면서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귀촌해 사는 내 모습이

반가우셔서

 

누가 이사하면 이사 선물로 화분 선물하는 것처럼

 

할머니가 보내주셨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까

네가 더 반갑고 좋아졌어.

 

 

 

 

 

아, 그리고

그 자리는 어떻게 정한 거야?

 

그것도 할머니가 알려주신 거야?

 

네가 있는 대문 옆 그 자리는 명당 중에 명당 같아.

 

거실에서 내다보면 바로 보이는 ~

그래서 널 따라 웃게 되더라.

 

 

 

 

 

여름 부르는 막바지 봄비가

힘차게 내리고 나서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널 보면서

 

더 늦기 전에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잘 지내다 가고

우리 외할머니 뵙게 되면 전해줘.

 

감사하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가끔 할머니 생각도 한다고.

 

 

 

 

사행추한옥 충북 단양군 가곡면 대대한옥길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