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며느리일기] 이제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사행추 한옥 2026. 5. 2. 08:03

 

 

 

2026년 5월 2일 토요일

 

이제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문득 시어머님께

드릴 말씀이 생겨서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 。 。

 

 

삶의 과정?

인생의 흐름을 그때는 몰랐어서

어머님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서운함이 앞섰다고

얼마나 힘드셨냐고

 

나만 힘든 줄 알고 살다가

 

이제야, 그 마음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 。 。

 

 

 

 

 

일흔 살의 시어머님과

스물세 살의 며느리가 만나

한집에 살았습니다 。 。 。

 

 

쉰 살이 되지 않은 친정엄마는

아이를 돌봐주시고

 

시부모님 생신 때마다

 

미역국 끓일 쇠고기를 사서

미역국은 오래 끓여야 맛있다는

말씀과 함께 전해주셨습니다 。 。 。

 

시어머님은 너무도 당연한 듯

받으셨는데

그 모습도 참 서운했더랬습니다 。 。 。

 

 

크고 작은 일들로

왜? 왜? 왜?

나의 힘듦에 아파하며

시어머님의 마지막 아홉 해를

함께하고 배웅해드렸습니다 。 。 。

 

 

삼사십 년 세월이 흘렀고

 

친정엄마가

시어머님의 연세를 훌쩍 넘어

같은 길을 걷고 계십니다 。 。 。

 

 

아이 기를 때

한두 달 빠르고 늦음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성장한다는 말에 공감했는데

 

인생의 오르막뿐 아니라

내리막 역시 그러하다는 걸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 。 。

 

 

입 짧은 손자가 먹는

사라다 접시를 아무 말씀 없이

당신 밥그릇 옆으로 옮겨놓으시던 시아버님

 

콜라를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두면

손자가 먹는다면서

문갑에 넣어두고 혼자 드시던 이모부

 

“진지는 잘 드세요?”

“너는 내가 밥을 잘 먹을 거 같니?”

안부 전화 드린 조카며느리를

당황하게 하신

작은어머님의 한마디

 

 

모든 것들이

인생 끝자락 여정의 길이라는 걸

 

이제 조금 알 것도 같은데

 

알아가는 그 과정이

또 아픕니다 。 。 。

 

 

 

 

 

손 놓고

지켜보는 것 말고

 

해드릴 것이 없어서 아프고

 

머지않아 그 길을

나도, 남편도 가야 한다는 것에

아프고

더럭 겁이 납니다 。 。 。

 

 

무척 추웠던 겨울

아파트 단지에서 폐지 줍던

젊은 부부의 모습을

방 창문 너머로

시어머님과 함께 본 적이 있었습니다 。 。 。

 

 

나는 저 사람이 부럽다!

 

그때 그 마음을

이제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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