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사는 모습

[끄적끄적] 더 이상의 전화는 받을 수 없을 듯싶다

사행추 한옥 2022. 8. 29. 11:22

 

 

 

동서! 내 전화 받아줘서 고마워!

 

어떤때는 이삼일

또 어떤때는 몇 주

또 어떤때는 수개월

잊을만하면 한번씩 전화를 주셨다 。。。

 

지난 봄

아버님 기일에 가서 뵙고 왔는데

사나흘 지나 전화하시더니

동서 본지가 언젠지 모르겠다셔서

형님! 저 보고 싶으세요? 여쭸더니

그럼 보고싶지! 많이 보고싶지!

 

그래서 여름지나고 벌초 때,

벌초 때 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지난 토요일 벌초하러 갔더니

요양병원 가시고 집이 비어있다 。。。

 

형님 전화를 받기만 하는 게 송구해

먼저 전화 드릴 때도 있지만

보청기를 끼지 않을 땐 듣지 못하셔서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는데

요양병원 가셔서 받지 못하셨나 보다 。。。

 

형님!

이번 아버님 기일에 과일은 제가 사가지고 갈게요!

그래, 그럼~

이번엔 원이 학교가 조금 늦게 끝나서 일찍 못가요!

천천히 와~ 되는대로 해~

 

몇 해 전

아주버님이 우리동네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계시는 동안 퇴근하며 들러 벗해드리면서

형님 속엣말을 들었다 。。。

 

지난해 봄

시어른들 묘 이장준비하면서

이틀동안 형님의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

 

그 시간을 통해 난

형님을 조금, 아주 조금 알게 된 거 같다 。。。

 

한동안 전화가 오지 않다가

한참 만에 전화하시더니

내 전화번호를 못찾아서

날잡아 한나절을 찾으셨다는데

딱히 할 이야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

 

형님이 묻지않는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가 중단되거나 형님이 재미없어 하셔서

 

그냥 뭐하시는지를 여쭙고

형님은 순간 생각나는 말씀이나

보고계시던 TV 이야기를 하신다 。。。

 

몇 번의 통화로 이제 만나러 갑니다

라는 방송을 알게 되었고

이후 형님과의 매끄런 통화를 위해

방송을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그마저도 부질없는 일이 된 거 같다 。。。

 

근무중인 걸 알기에

크게 중요한 일 아니면 미루는 전화를

우리 형님만 하셨고

일 하다가도 형님 전화면 가급적 받았었는데

이젠 그럴 일도 없을 거 같다 。。。

 

보청기도 없이 요양병원 가셨다는데

하루 종일 뭐하고 계실까?

긴긴 하루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그냥 참 아프다 。。。

 

면회 가능할 때 형님 뵈러 가면

알아는 봐 주실까???

 

동서랑 나랑 살면서 한 제일 큰 실수가

이 집안에 시집온 거! 라고 하셔서

맞장구치고 같이 웃었는데 。。。

 

내 전화번호 잊지않고

오래 기억해주시길 바라며

근무중에도 전화 받았었는데 。。。

 

참 시리고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