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내 전화 받아줘서 고마워!
어떤때는 이삼일
또 어떤때는 몇 주
또 어떤때는 수개월
잊을만하면 한번씩 전화를 주셨다 。。。
지난 봄
아버님 기일에 가서 뵙고 왔는데
사나흘 지나 전화하시더니
동서 본지가 언젠지 모르겠다셔서
형님! 저 보고 싶으세요? 여쭸더니
그럼 보고싶지! 많이 보고싶지!
그래서 여름지나고 벌초 때,
벌초 때 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지난 토요일 벌초하러 갔더니
요양병원 가시고 집이 비어있다 。。。
형님 전화를 받기만 하는 게 송구해
먼저 전화 드릴 때도 있지만
보청기를 끼지 않을 땐 듣지 못하셔서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는데
요양병원 가셔서 받지 못하셨나 보다 。。。
형님!
이번 아버님 기일에 과일은 제가 사가지고 갈게요!
그래, 그럼~
이번엔 원이 학교가 조금 늦게 끝나서 일찍 못가요!
천천히 와~ 되는대로 해~
몇 해 전
아주버님이 우리동네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계시는 동안 퇴근하며 들러 벗해드리면서
형님 속엣말을 들었다 。。。
지난해 봄
시어른들 묘 이장준비하면서
이틀동안 형님의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
그 시간을 통해 난
형님을 조금, 아주 조금 알게 된 거 같다 。。。
한동안 전화가 오지 않다가
한참 만에 전화하시더니
내 전화번호를 못찾아서
날잡아 한나절을 찾으셨다는데
딱히 할 이야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
형님이 묻지않는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가 중단되거나 형님이 재미없어 하셔서
그냥 뭐하시는지를 여쭙고
형님은 순간 생각나는 말씀이나
보고계시던 TV 이야기를 하신다 。。。
몇 번의 통화로 이제 만나러 갑니다
라는 방송을 알게 되었고
이후 형님과의 매끄런 통화를 위해
방송을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그마저도 부질없는 일이 된 거 같다 。。。
근무중인 걸 알기에
크게 중요한 일 아니면 미루는 전화를
우리 형님만 하셨고
일 하다가도 형님 전화면 가급적 받았었는데
이젠 그럴 일도 없을 거 같다 。。。
보청기도 없이 요양병원 가셨다는데
하루 종일 뭐하고 계실까?
긴긴 하루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그냥 참 아프다 。。。
면회 가능할 때 형님 뵈러 가면
알아는 봐 주실까???
동서랑 나랑 살면서 한 제일 큰 실수가
이 집안에 시집온 거! 라고 하셔서
맞장구치고 같이 웃었는데 。。。
내 전화번호 잊지않고
오래 기억해주시길 바라며
근무중에도 전화 받았었는데 。。。
참 시리고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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