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자작시] 바다는 바다라서

사행추 한옥 2023. 7. 18. 14:58

 

 

 

바다는 바다라서 좋아한다.

사람들이 좋아한다. 남녀노소 다 좋아한다.

 

바다는 바다라서 찾아든다.

태양이 햇살이 바람이 찾아든다. 수시로 찾아든다.

 

바다는 바다라서 밀려온다.

파도가 밀려온다. 큰 파도가 밀려온다.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

 

바다는 바다라서 쉬러온다.

모래랑 조약돌이 쉬러 오고 갈매기 떼가 쉬러 오고 여기저기 군데군데 너도나도 쉬러온다.

 

 

바다는 바다라서 받아준다. 바다는 바다라서 들어준다. 바다는 바다라서 품어준다.

바다는 바다라서 받아주는 들어주는 품어주는 바다는 바다니까

 

 

바다는 바다라서 다 받아준다.

수험생의 답답함도 취준생의 불안함도 신입사원의 속내도 상사의 중책도 며느리의 하소연도

시어머니의 심사도 장남의 막중함도 차녀의 시샘도 의사의 고단함도 환자의 아픔도

피해자의 억울함도 가해자의 반성까지도…

바다는 다 받아준다. 갈매기의 똥까지 받아준다.

바다는 바다라서, 모두가 좋아하는 바다니까.

 

바다는 바다라서 다 들어준다.

가장의 짐도 청년의 꿈도 과부의 한도

엄마의 폭풍 잔소리에 불쑥 올라온 열다섯 살 찬이의 분노도

할머니 품에 안겨 엄마를 기다리는 다섯 살 지우의 투정까지도…

바다는 다 들어준다. 거센 파도에 쓸려와 오돌오돌 떨며 쏟아내는 소라의 두려움까지 들어준다.

바다는 바다라서, 모두가 밀려오는 바다니까.

 

바다는 바다라서 다 품어준다.

화사한 봄날 서툰 사랑 안고 온 풋내기 연인들의 마음도

한여름 소나기 몰고 온 새내기 부부의 마음도 새콤달콤 맛이 든 사과처럼 익어가는 중년부부의 마음도

평생을 함께하고 겨울 앞에 선 노부부의 무한한 마음까지도…

바다는 다 품어준다. 참고 참다가 등 돌리고 와서 쏟아내는 눈물까지 받아준다.

바다는 바다라서, 모두가 찾아드는 바다니까.

 

 

바다가 바다라서 받아주고 들어주고 품어주지만

바다도 바다니까 가끔은 지친다

바다도 바다니까 가끔은 힘들다

바다도 바다니까 가끔은 아프다

바다도 바다니까

 

참다가 참다가 바다가 태풍을 부른다.

층층이 쌓인 숱한 감정 모두 비워내고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받아주기 위해서

또다시 들어주기 위해서

더 많이 품어주기 위해서

 

바다도 무섭지만

바다답게 무서움 참고

바다니까 태풍을 부른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바다도 우리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것처럼 바다도 살아간다.

바다가 바다라서

바다도 바다니까

바다는 바다답게

 

 

 

 

 

시는 참 어렵다

시와 에세이의 관계도 모르겠고

틀을 깨라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리듬을 살려 새롭게

새로운 글을 써보라는 강사님 권유에

또 한 날 끄적끄적

 

부끄럽지만 흔적으로 남겨본다

 

 

<글/사진 최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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