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자작시] 종착역에서

사행추 한옥 2023. 7. 30. 08:27

 

 

 

꿈을 꿨다

 

장에 가서 고무신 사다 신겨주신 아버지

누룽지 긁어 오빠 몰래 슬쩍 건네주신 할머니

등에 업혀 칭얼대다 잠든 막내동생

 

반가워 눈물이 난다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정신이 들었다

 

저만치 앞서 걷던 무뚝뚝한 남편

내 아이들의 자상한 아버지

오랜 시간 병상 지키다 간 안쓰러운 내 남자

 

그리워 눈물이 난다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

 

시리고 아프다

 

너희들의 엄마라 행복했다고

세상 귀한 아들딸로 와 줘서 고마웠다고

긴긴 시간 간호하느라 고생했다고

 

말하지 못해 눈물이 난다

표현할 길 없어 눈물이 난다

 

떠날 채비를 한다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흘려보내고

부족한 건 부족한 대로 떠나보내고

아름다운 추억 한 조각 품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늘을 난다

근심 걱정 다 잊고 하늘을 난다

 

훨훨 훠어얼 훨훨

 

 

 

 

 

제천문화재단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학교 언어의 글쓰기 수업

 

짧은 영상 하나 보고 그 느낌을

표현해보라고 했는데

영상과 어울리지 않는 감성이 떠올랐습니다 。 。 。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삶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울컥 ~ 눈물이 났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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