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빔
어릴 때 엄마는 추석빔을 꼭 해주셨는데
아이에게 추석빔을 따로 해준 적이 없습니다.
추석이 가까워질 때면
언니랑 동생이랑 엄마랑 다 같이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가서
서로 옷을 골라주며
새 옷을 입는 게 무척이나 설레었는데
내 아이는 그걸 모르고 자랐습니다.
명절이 아니어도 필요할 때마다
옷을 사 입혀서 그랬겠으나
내 아이는 영영
그 설렘조차 모를 텐데
아이도 가고 없는 날
오래전 설렘 들여다보다가
커플 양말 꺼내 신고서 찰칵,
네 발인지 내 발인지 모르겠다며
깔깔대는 웃음까지
부부의 추석빔인 양 담아둡니다.
추석인데 추석빔도 없네!
남편은 알아듣지만
아이는 추석빔이 뭔지 모릅니다 。 。 。
우리는 추석빔을 입고 자랐지만
아이에게 따로 해 입힌 적은 없습니다 。 。 。
삶이 넉넉해졌다는 뜻일 텐데
풍요로워진 삶 속에
놓치게 되는 아쉬움이 종종 있습니다 。 。 。
긴긴 추석 연휴
한 팀 손님 배웅하고
새 손님 기다리는 중에 찰칵!
얼굴 사진 남겨두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포장?이 필요해서
발 한 짝씩 찍었는데
어떤 게 누구 발인지~
어느새 발도 닮아가나 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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