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주는 척
어깨를 내어주는 척
기대게 만들면서
살짝살짝 빼앗은 거
의도적으로 그랬던 거니?
너의 달콤함이
편안하고 좋아서
생각도 기억도
야금야금 빼앗긴 거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어.
너를 차에 두고 내렸던 날
양평휴게소에서
십 년 같은 십 분을 보내면서 깨달았어.
어디에서나 그러하듯
너랑 나 사이에도 선이 필요하다는 걸
편해지는 만큼
놓치며 사는 게 많습니다 。 。 。
꼭 알아야 하는 날짜나
자주 쓰는 전화번호
등등
필요에 따라
몇 개쯤 외우기도 하고
메모한 수첩을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저마다 손전화기가 있다 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 。 。
차 트렁크에
큼지막한 지도책 한두 권
싣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지도책을 차에 둘 필요도
길을 미리 찾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 。 。
메모하고 기억하고
무언가를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동안
알게 모르게 놓치는 것들이 점점
점점 더 많아집니다 。 。 。
편리하고 좋음은 분명한데
그럼에도 가끔은
이래도 되나?
작은 걱정이 훅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 。 。
'우리 > 작가 최정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토에세이] 버베나, 내년엔 예쁘게 담아줄게! (47) | 2023.10.21 |
---|---|
[중년일기] '언어의 정원'을 마치며 (43) | 2023.10.20 |
[포토에세이] 추석빔 (38) | 2023.10.02 |
[디카-시] 오십 년 지기 (24) | 2023.09.27 |
[포토에세이] 좋다, 다 좋다! (27) | 2023.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