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포토에세이] 필요악

사행추 한옥 2023. 10. 16. 07:05

 

 

 

잘해주는 척

어깨를 내어주는 척

기대게 만들면서

살짝살짝 빼앗은 거

의도적으로 그랬던 거니?

 

너의 달콤함이

편안하고 좋아서

생각도 기억도

야금야금 빼앗긴 거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어.

 

너를 차에 두고 내렸던 날

양평휴게소에서

십 년 같은 십 분을 보내면서 깨달았어.

어디에서나 그러하듯

너랑 나 사이에도 선이 필요하다는 걸

 

 

 

 

 

편해지는 만큼

놓치며 사는 게 많습니다 。 。 。

 

꼭 알아야 하는 날짜나

자주 쓰는 전화번호

등등

필요에 따라

몇 개쯤 외우기도 하고

메모한 수첩을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저마다 손전화기가 있다 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 。 。

 

차 트렁크에

큼지막한 지도책 한두 권

싣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지도책을 차에 둘 필요도

길을 미리 찾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 。 。

 

메모하고 기억하고

무언가를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동안

알게 모르게 놓치는 것들이 점점

점점 더 많아집니다 。 。 。

 

편리하고 좋음은 분명한데

그럼에도 가끔은

이래도 되나?

작은 걱정이 훅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