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끄적끄적] 할머니와 손주

사행추 한옥 2025. 5. 23. 12:21

 

 

 

일회용품을 즐기지 않는

아이 집 싱크대에

색색의 종이컵 한 줄이 세워져 있다 。 。 。

 

할머니 기일에

산소에 가려고 술 한 병 사면서

잔은 집에서 가져가야지 생각했다가

깜빡해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렀는데

색깔 종이컵이 보이더란다 。 。 。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빨강이 눈에 들어와 샀다면서

 

할머니도 여자니까 빨강을 좋아하시겠지요?

 

아들 말에

 

손주가 왔는데 뭔들 안 좋으셨겠니!

할머니 기쁘셨겠다 ~

 

맞장구쳐줬다 。 。 。

 

 

 

 

 

1919년에 태어나신 시어머님

1989년에 태어난 아들

 

아들 아홉 살이던 해에

어머님은 다음 여행지로 떠나셨고

할머니를 배웅해 드리고 온

손주는 일기장에

 

할머니, 칠십 년 후에 만나요!

 

라고 써 놓았었다 。 。 。

 

 

 

 

 

손주 나이 서른이 지나고

자차가 생긴 후부터였을까?

손주는 가끔 산소를 찾아간단다 。 。 。

 

도가니탕 한 그릇 사서 갈 때도 있고

생선전 한 접시 사 갈 때도 있다는데

모르겠다 。 。 。

 

어머님이 손주에게

드시고 싶은 음식을 알려주시는 건지

아들이 할머니 핑계로

먹고 싶은 걸 사 들고 갔다오는 건지

 

 

아무렴 어떤가!

그 마음이 고마운 거지 。 。 。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님도

아들도

색색의 종이컵처럼 맑음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