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끄적끄적] 기억이 몽땅 사라진다면

사행추 한옥 2025. 6. 18. 07:32

 

 

 

휴대전화 만지작거리다가 몽땅 날렸다,

문자메시지를 。 。 。

 

아뿔싸!

 

숙소 예약 관련해서는

일정표 펼쳐놓고 확인했으나,

사사로운 메모가 사라져 아쉬움이 크다 。 。 。

 

그 이외 몇몇 문자는

뭐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몰라서 아무 감흥없이 흘려보냈다 。 。 。

 

문제는

확인하고 챙겨야 하는

몇 가지 사항들의 번거로움이다 。 。 。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해서 상황 설명을 하고

재전송을 받아야 할 것 같다 。 。 。

 

그럼에도

놓치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혹시 모를 실수를 걱정하다가 엉뚱한 생각에 빠졌다 。 。 。

 

 

 

 

 

 

어느 날 갑자기

내 기억이 몽땅 사라져 버리면 어떨까?

 

치매 환자처럼

아무 기억도 남아있지 않으면

본인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기억이 사라졌음을 인지하게 된다면

답답하고

갑갑하고

막막하고

미안하고

정말 울고 싶을 것 같다 。 。 。

 

 

반면, 기억이 사라져 좋은 건 없을까?

 

분하고 억울한데 해결책이 없을 때

삭여야 하는데 삭여지지 않는 기억들은 어떨까?

애써 의식하지 않아도 어느 날 불쑥 올라오는 감정들은

사라져 주는 게 오히려 고맙지 않을까?

 

 

또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기억이 사라졌다면?

어쩌면 이때가 더 힘들 수 있을 테고

 

빚을 많이 진 사람의 기억이 사라지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좋은 사람이 많을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을까?

 

。 。 。

 

휴대전화 메시지 날려버린 날

상상 속 날개는 저만치에서 퍼덕이고

 

키드득키드득, 키득거리며 그 흔적을 그러 모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