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사는 모습

경주 김씨 상촌공파 벌초

사행추 한옥 2015. 9. 8. 10:10

 우리 시댁에는 일 년에 한번씩 집안이 모두 모여 벌초를 합니다...

남편의 12촌 형제분들까지 모두 모이는 연중 행사입니다...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갈운리가 고향인 경주 김씨 상촌공파 벌초랍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요일에 벌초를 했었는데 주 5일 근무도 많고

종교생활을 하는 분들도 계셔서 요즘엔 토요일에 벌초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지라 날씨와 상관없이 비가 와도 연기가 없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비를 맞으며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면 그대로 햇살을 받으며...

그 날의 날씨에 순응하며 벌초를 합니다...

 

올해까지는 며느리들이 모여 점심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아들들이 벌초를 하는 동안에 며느리들은 식사 준비를 합니다...

결혼을 한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거니까 벌초 밥당번의 의무가 주워집니다...

결혼한 순서에 의해 한번씩 밥당번의 임무 수행?을 해야 한답니다...

이건 내가 이 집안의 며느리가 되기 한참 전부터 내려오던 전통이었으며

올해까지 이어졌습니다...

올해 밥당번이 되어 수고를 한 주인공은 우리 큰형님의 막내며느리였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내년부터는 집에서 밥 준비를 하는 대신

출장뷔폐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연장자이신 우리 아주버님의 극심한 반대가 있으셨지만 ^.^ 

여려가지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출장뷔폐를 선택했습니다...

출장뷔폐를 이용하기로 하고...

 

결혼을 하면 그 다음해 벌초 때 식사 준비를 한 번씩 하기로 했답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벌초 때 밥은 꼭 한 번 해야 하는 걸로 ~~~

결혼해서 내 남편의 집안 어르신들께 식사 대접을 하면서 인사를 드린다는 거...

분명 의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굉장히 큰 부담이라는 사실 ~~~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오십 여 명 정도 모였던 거 같은데...

갈수록 모이는 사람들이 적어지는 듯합니다...

벌초 문화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다름일수도 있고

삶의 무게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

 

우리 시댁의 연중행사인 벌초 문화가 언제까지 이어질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번거롭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이 행사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건...

아마 나도 나이를 먹는다는 거겠지요 *^^*

오랜만에 만나는 조카님들이...  훌쩍 자란 손주들이 참 반갑습니다 ...

 

뵐 때마다 

'부모 잘 모시고 살아줘서 고맙고 너희들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신 시고모님처럼 나도 조카들에게 그런 말을 할 테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내 삶을 사는데 고모님이 무엇 때문에 고마우실까???'

의아해 할테고...  그러다 어느날 조금씩 이해를 하겠지요...

지금의 나처럼 *^^*

 

해마다 형제들이 모여 벌초한다는 게 쉽지않은 요즘...

12촌까지 함께 모여 벌초를 하는 우리 시댁의 이 문화가 나는 참 좋습니다...

나는 ~~~  전통이 있는 경주 김씨 상촌공파 집안의 며느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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