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모두 함께 행복하기

달달한 호박죽

사행추 한옥 2016. 3. 13. 10:36








형님댁에서 늙은호박 한 개 얻어다 껍질 벗겨 씨 발라내고

작은 용기에 조금씩 나누어 담아 냉동실에 넣어뒀습니다...

두 번쯤...  세 번쯤...  호박죽 끓여보면서 나름 요령도 생긴 듯...


끓이는 내내 생각나는 사람이 몇 분 계셨습니다...

만족스런 호박죽이 완성되면 한 그릇 가져다 드려야지 생각하다가...

영춘 왕자님들 만나러 가는 날인 3월 12일...  실천에 옮겼습니다...


지난 여름 지역사회 건강조사원으로 활동하면서 뵙게 된 몇 분이

이렇게 가끔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묽은 호박죽을 끓이다가 ~~~

치아가 하나도 없어 불린 찹쌀을 푹 끓여서 드신다는 어머님 생각이...

건강조사를 위해 방문했을 때

본인의 건강 악화로 남편을 요양원에 보냈는데

보내고나니 남편이 너무도 불쌍하고 가엾다며 눈물 흘리며

누워계시던 어머님 생각이...

조사를 거부하시다 답례품인 오천원 상품권에 마음 바꾸시고

점심밥까지 차려주신 어머님 생각이...


달달한 호박죽을 묽게 끓여 세 개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실지도 모를 분들을 떠올리며 일단 출발...

'제가 누군지 기억나세요?'

'누구지?  잘 모르겠는데...'

대략 설명드렸더니...  '아! 생각난다.' 하며 반겨주십니다...

가까이에 있는 두 가정을 찾아 인사드리고 ...

조금 떨어진 한 곳을 찾으며 어쩌면 안계실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역시 생각대로 집이 비어있었습니다...

도저히 혼자 지내시기 힘들 것 같아 마음 쓰이던 어머님...

조사하는 동안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궁금해하면서도

딱히 해드릴 게 없어 잠시 서성이다 그냥 지나치던 곳...

아들집으로 옮기신 건지...  요양원으로 가신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 집에 혼자 계시지않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입에 맞으실지 어떨지 모를 호박죽을 건네드리고...

영춘공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성모마리아님처럼 두 손을 모으고 두서없이 기도를 바칩니다...

작년에 지역사회건강조사원으로 활동하며 만난 분들중에

생각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생각하면 마음이 참 무거워집니다...

그 분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아니...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께도...

주님의 은총 내려주세요...

몸도 마음도 아프지않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자비로 지켜주세요...


제 기도가 하늘에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에구...

3월 1일 저녁 미사 때 십자가의 길 기도 바치다가 기도문이 좀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투덜댔었는데...

오락가락하는 이 마음...

그래도 기도를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달달한 호박죽 한 그릇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의 마음이 편안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