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 시어머님과 스물세살 며느리
십 년 세월 한집에 살긴 했으나
아이 낳아 친정에 맡기고
장사하며 바쁘게 살기도 했고
함께한 세월의 절반 정도는
시어머님이 편찮으시기도 했고
정겹고 시골스런 풍경 맘에 담기엔
며느리가 많이 젊기도 했습니다 。。。
한참 세월지나
그 며느리 중년이 되어 귀촌이란 걸 했는데
이집 저집 기웃거리면서
장독대와 항아리 없는 집이 없다는 걸 알고
어느 해 집안 벌초하는 날
시골 사시는 작은어머님께 가서
작은어머님, 저 항아리 좀 주세요!
앞집도 뒷집도 항아리가 다 있는데
저희만 없어요!
뭐 담아둘 것도 없는데
새거 사려니너무 비싸더라구요~
엎어놔도 괜찮으니까 안 쓰시는 거 있음 주세요 ^^
그리고 채 삼십분이나 지났을까?
동서들과 수다삼매경에 빠져있는데
에미야~ 좀 나와봐라!
어느새 장독대 항아리 점검하시고
장항아리 세 개 가져가라시며
나 죽거든 여기 항아리 다 가져가라~
늙은이 쓰던 거 달라니 내가 고맙다~~~
그때만 해도 십 년은 더 사실 줄 알았는데
이듬해였나? 그 이듬해였나?
우리집 장독대 만들어질 즈음
작은아버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
작은어머님이랑 나랑 둘이 나눈 이야기였기에
시누이와 동서의 형식적 허락을 거친 후
궤짝 항아리 키 채반 홍두깨 등등
양평에서 단양으로 옮겨오던 날
형님! 이 화로 가져다 쓰실래요?
마당에서 고기 구워먹을 때 좋아요 ~
그렇게 덤으로 화로까지 내게로 왔습니다 。。。
이 인연으로 손님을 모시게 되었고
무쇠가마솥에 이어 화로와 무쇠팬까지
우리집 마스코트가 되어 인기몰이 중입니다 *^^*
사행추한옥의 마스코트 유래를 찾아 올라가 보니
작은어머님께 참으로 귀한 선물 받아놓고
시침 뚝 떼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
조만간 막걸리 한 병 들고 가 인사드려야겠습니다 ~
주고 가신 선물 덕분에
고운 인연 엮으며 잘살고 있다고!
그냥 문득 작은어머님 생각나는 날
기록남겨봅니다。 끄。적。끄。적。
'우리 > 우리 사는 모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년 어느날] 호두나무 다섯 그루 (0) | 2022.03.22 |
---|---|
[힐링주말] 3월의 크리스마스 (0) | 2022.03.21 |
[인생이막] 중년부부의 귀촌이야기 (0) | 2022.03.10 |
[가족이야기] 엄마라서 참 좋다 ~ (0) | 2022.03.08 |
[가족이야기] 살아낸다는 거 (0) | 2022.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