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사는 모습

[중년 어느날] 호두나무 다섯 그루

사행추 한옥 2022. 3. 22. 16:10

 

 

 

남자의 본가인 경기도 양평

 

남자 명의로 된 토지

그러니까 부부의 땅에 호두나무를 심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 땅은

1997년 겨울부터 2020년 봄까지

남자의 어머니가 잠들어계시던 땅이다

 

 

 

 

 

2년 전 봄

어머니를 새로운 곳에 모시면서

이 땅을 어떡할까 생각하다가

 

 

 

 

 

여자가 좋아하는 호두나무를 심기로 하고

3월 19일 금요일

다섯그루의 호두나무를 심었는데

 

 

 

 

 

나무심는 날을 정해놓고

나무를 주문하고

나무 심으러 가는 날 아침까지

 

 

 

 

 

여자의 생각가지치기가 오래전 그날부터

무성하게 몰려왔다

 

25년 전 그 때 그 돈이 없었더라면?

그랬으면 얼마나 속상했을까?

 

 

 

 

 

여자에게 결혼하면서 했던 약속을

남자가 지켜주길 바라며

 

여자가 삼 년 동안 모은 돈을

어머니의 묘지를 사야한대서 내놓으며

남자의 걱정을 덜어줬었다

 

 

 

 

 

생각지 못한 일이었고

참으로 큰 돈이었고

맘 아픈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그렇다

 

 

 

 

 

어머니가 계실 때는 일 년에 몇 번

예초기 메고 가 풀깎고 관리도 했었는데

마른풀만 무성해졌다

 

 

 

 

 

어머님! 다리미가 왜 이래요?

난 다리미 쓴 적 없다~ 그냥 호두만 깼지!

호두를 다리미로 깨셨다고요?

그걸로 치니까 힘도 안들고 잘 까져서 좋아~

 

 

 

 

 

며느리의 다리미로 호두를 까 드실 만큼 좋아하셨으니

며느리의 호두나무 잘 지켜주시지 않을까?

 

 

 

 

 

첫번째 호두를 따서

어머니께 가져다 드려도 좋을 거 같은데

호두는 언제쯤 달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