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본가인 경기도 양평
남자 명의로 된 토지
그러니까 부부의 땅에 호두나무를 심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 땅은
1997년 겨울부터 2020년 봄까지
남자의 어머니가 잠들어계시던 땅이다
2년 전 봄
어머니를 새로운 곳에 모시면서
이 땅을 어떡할까 생각하다가
여자가 좋아하는 호두나무를 심기로 하고
3월 19일 금요일
다섯그루의 호두나무를 심었는데
나무심는 날을 정해놓고
나무를 주문하고
나무 심으러 가는 날 아침까지
여자의 생각가지치기가 오래전 그날부터
무성하게 몰려왔다
25년 전 그 때 그 돈이 없었더라면?
그랬으면 얼마나 속상했을까?
여자에게 결혼하면서 했던 약속을
남자가 지켜주길 바라며
여자가 삼 년 동안 모은 돈을
어머니의 묘지를 사야한대서 내놓으며
남자의 걱정을 덜어줬었다
생각지 못한 일이었고
참으로 큰 돈이었고
맘 아픈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그렇다
어머니가 계실 때는 일 년에 몇 번
예초기 메고 가 풀깎고 관리도 했었는데
마른풀만 무성해졌다
어머님! 다리미가 왜 이래요?
난 다리미 쓴 적 없다~ 그냥 호두만 깼지!
호두를 다리미로 깨셨다고요?
그걸로 치니까 힘도 안들고 잘 까져서 좋아~
며느리의 다리미로 호두를 까 드실 만큼 좋아하셨으니
며느리의 호두나무 잘 지켜주시지 않을까?
첫번째 호두를 따서
어머니께 가져다 드려도 좋을 거 같은데
호두는 언제쯤 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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