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끄적끄적] 백 세 시대라는데

사행추 한옥 2026. 1. 16. 15:16

 

 

 

2026년 1월 16일 금요일

사행추 이야기

 

 

어제 오전 남편이

친정에 안부 전화를 했는데

역시, 통화가 길다 。。。

 

 

잠이 안 와서 새벽까지 뒤척였고

아버지도 잠이 안 온대서

수면제를 드렸는데

수면제를 먹고도 금세 잠들지 못하다가

새벽이 지나서 잠이 들어

늦잠을 잤고, 입맛이 없어

아침 식사를 제대로 못 하셨다고.

 

엄마의 말은 끝이 없고

남편은

 

어떡해요, 그래도 뭐라도 좀 드셔야지요.

 

반복 또 반복, 반복이 계속되다가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아, 돌침대가 왜 안 되지?

 

귀촌 전에 서울에서 사용하던

돌침대를 드리고 왔는데

아버지의 애장품이 되었다.

 

몇 해 전

스위치 교체를 했는데

갑자기 온도 조절이 안 된단다.

 

수리를 알아보겠다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한 남편이

A/S센터에 알아보란다.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안 되는지 여쭙고

방문 수리 접수를 하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수리하지 말라셨다며

전화를 바꿔주셨는데

아버지 말씀은

 

장안평에 가서 직접 알아보시겠단다.

스위치 부분 사진을 찍어서

장안평에 가서 해결하시겠다는데

 

장안평에 뭐가 있는지,

왜 장안평인지

뭘 어떻게 해결하시겠다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으나

더 이상의 대화가 안 될 것 같아서

 

“알겠어요, 아버지.

아버지 하시고 싶은 대로 해보시고

안되면 전화 다시 주세요.”

 

전화를 끊고 방문을 미뤘다.

 

삼십 분쯤 지났을까,

아버지가 다시 전화하시더니

 

“사람이 온다구?

그래, 내가 나가는 것보다

사람이 오는 게 낫겠다.”

 

 

다시 전화해 방문 신청을 하고

문자로 주소를 보내면서

 

“여든 중반의 부모님만 계시고

건강이 안 좋으십니다.

소통이 잘 안 될 것이고

일방적으로 말씀이 많으실 수 있습니다.

현금이 없을 수 있으니

수리 후 제가 이체하겠습니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께

따뜻하게 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였더니

 

“넵 알겠습니다.

더 신경 쓰겠습니다.”

 

라는 답을 보내주셨다.

조금 늦더라도 꼭 방문하겠다는

마음이 고마웠다.

 

 

방문 후

전화가 왔는데

돌침대에 이상이 없단다.

 

매일 쓰시던 돌침대

버튼을 잘못 누르셨다는 말인가?

 

보내준 계좌로

출장비 이체하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왔다 갔는데

그이는 딸 다섯 있는 집 막내 사위래.

그래서 내가 우리는 딸 넷이고 아들 있다고 했어.”

 

“아유, 울 엄마가 낫네요.

아들도 낳으시고”.

 

“그이 엄마는 치매래.

밥 먹었다고 해도 밥 차려주고

설거지하고 금방 또 밥 차려준대.”

 

“아, 네.

아버지 엄마가 건강하셔서 다행이에요.”

 

“출장비 준다니까 딸이 받지 말랬다고

안 받던데, 돈 안 줬지?”

 

“네, 안 줬어요.”

 

“내가 고마워서 차도 한 잔 대접하고

가서 먹으라고 주스도 하나 줬어.”

 

“네, 잘하셨어요.

돌침대 따뜻하게 켜고 주무세요.”

 

 

엄마와 통화를 끝내고

문자를 보냈다.

 

 

“출장비 이체했습니다.

저희 부모님 말벗까지 해주고 가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번창하세요 ~”

 

 

 

 

 

이래저래 생각 많은

긴긴 하루였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문득 떠올랐다.

노년 인구가 늘어나는 요즘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백 세 시대라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머잖은 미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