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사는 모습

[가족이야기] 수수께끼

사행추 한옥 2024. 1. 10. 08:39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원이엄마예요.

 

정희형님도 형님 많이 보고싶어하세요!

진이랑 곧 온대요.

 

희완조카님도 여러번 전화하셨어요.

 

 

휠체어에 앉혀진 채로

두 눈동자만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껌뻑껌뻑,

간간이 한참을 빤히 쳐다볼 뿐

말 없으신 나의 큰시누님

 

 

수수께끼도

이 정도면 답을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침묵이 금보다 낫다지만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온 아우에게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시침 뚝 떼고 계십니다

 

 

 

 

 

 

 

젊은 날 말로 받은 상처가

종종 생각나고

그 상처 아물지 않아 아직도 가끔 아픈데

 

아,

또 마음이 무겁습니다

 

 

 

 

 

형님!

그때 그날이요, 기억하세요?

원이 군입대한다고 인사드리러 갔던 날이요

 

내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너희에게 밥 한 끼 해주겠니!

잘 왔어, 밥들 먹자.

 

 

생각해보니 그랬던 거 같아요.

결혼하고 양평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갔을 때

그때 빼고 저희를 위한 온전한 밥상은 처음이었는데

그걸 이제 알았어요.

좀 일찍 깨달았으면 형님에 대한 서운함 하나

서둘러 지울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그리고 또 그날

 

원아! 이거 두현이가 아침에 주고 가더라.

 

큰 감동이었는데 그마저도 잊고 살았어요, 바보처럼.

 

 

 

 

 

형님!

이틀 전 요양원에서 형님이 시작하신

수수께끼 놀이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는데

이제 무언가 답을 찾은 거 같아요.

침묵으로 이어진 수수께끼, 괜찮았어요!

 

 

형님!

형님도 그렇게 정리가 필요하신 건가요?

고단했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요, 형님

많이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