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원이엄마예요.
정희형님도 형님 많이 보고싶어하세요!
진이랑 곧 온대요.
희완조카님도 여러번 전화하셨어요.
휠체어에 앉혀진 채로
두 눈동자만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껌뻑껌뻑,
간간이 한참을 빤히 쳐다볼 뿐
말 없으신 나의 큰시누님
수수께끼도
이 정도면 답을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침묵이 금보다 낫다지만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온 아우에게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시침 뚝 떼고 계십니다
젊은 날 말로 받은 상처가
종종 생각나고
그 상처 아물지 않아 아직도 가끔 아픈데
아,
또 마음이 무겁습니다
형님!
그때 그날이요, 기억하세요?
원이 군입대한다고 인사드리러 갔던 날이요
내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너희에게 밥 한 끼 해주겠니!
잘 왔어, 밥들 먹자.
생각해보니 그랬던 거 같아요.
결혼하고 양평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갔을 때
그때 빼고 저희를 위한 온전한 밥상은 처음이었는데
그걸 이제 알았어요.
좀 일찍 깨달았으면 형님에 대한 서운함 하나
서둘러 지울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그리고 또 그날
원아! 이거 두현이가 아침에 주고 가더라.
큰 감동이었는데 그마저도 잊고 살았어요, 바보처럼.
형님!
이틀 전 요양원에서 형님이 시작하신
수수께끼 놀이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는데
이제 무언가 답을 찾은 거 같아요.
침묵으로 이어진 수수께끼, 괜찮았어요!
형님!
형님도 그렇게 정리가 필요하신 건가요?
고단했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요, 형님
많이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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