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요
해주고 싶은데
해줘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뭘 좋아하는지 생각이 안 나서
아파요
그 모습이 생생해서
그 힘듦을 알아서
먹지도 못하고
선뜻 치우지도 못하고
아파요
냉장고 열때마다 마주하는 큼지막한 물김치통
냉장고 문짝 들기름 세 병
꽉 찬 냉장고에 머리가 아파요
엄마 생각에 마음이 아파요
웃음만 주던
사랑이
자꾸 눈물을 줘서
어색하고
아파요
엄마!
엄마를 떠올릴 때면
눈물이 난다고
후회가 밀려온다고
엄마한테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금쪽같은 내 새끼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부모는 그런 거라고
계실 때 잘해드리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 。 。
♡♡♡ ♡♡♡ ♡♡♡
잘해드려야 하는 건 알겠는데
나머지 말들엔 크게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 。 。
오물오물 잘 먹는 어릴 때 아들도
탐스럽게 잘 먹는 성인이 된 아들도
밥상머리에 마주할 때면
마냥 반갑고 좋지만
내 배가 부르지는 않습니다 。 。 。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나고
후회가 된다는 말이
썩 공감은 안 되지만
혹시 모를
후회는 없어야 할 거 같아서
언젠가부터
좋아하지도 않는 물김치를
넣어둘 때도 없는 들기름을
들고 오기는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집니다 。 。 。
♡♡♡ ♡♡♡ ♡♡♡
물김치 한 그릇 퍼 놓으며
엄마를 떠올립니다 ~
배추와 무 나박나박 썰어
고춧물 우려 소금간 맞추고
이 통 저 통 나눠 담는 동안
몇 번이나
쉬었다 일어났다를 반복하셨을지 。 。 。
큰 애 몫, 작은 애 몫
몫 지어놓고 흐뭇해하셨을
울엄마
물김치 가져갈래?
네, 주세요!
암마표 음식을 언제까지
투정 가득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을까???
<글/사진 최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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