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작가 최정옥

[자작시] 아파요

사행추 한옥 2024. 3. 29. 19:22

 

 

 

아파요

 

해주고 싶은데

해줘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뭘 좋아하는지 생각이 안 나서

아파요

 

그 모습이 생생해서

그 힘듦을 알아서

먹지도 못하고

선뜻 치우지도 못하고

아파요

 

 

 

냉장고 열때마다 마주하는 큼지막한 물김치통

냉장고 문짝 들기름 세 병

 

꽉 찬 냉장고에 머리가 아파요

엄마 생각에 마음이 아파요

 

 

웃음만 주던

사랑이

자꾸 눈물을 줘서

어색하고

아파요

 

 

 

 

 

엄마!

엄마를 떠올릴 때면

눈물이 난다고

후회가 밀려온다고

엄마한테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금쪽같은 내 새끼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부모는 그런 거라고

 

계실 때 잘해드리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 。 。

 

♡♡♡ ♡♡♡ ♡♡♡

 

잘해드려야 하는 건 알겠는데

나머지 말들엔 크게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 。 。

 

오물오물 잘 먹는 어릴 때 아들도

탐스럽게 잘 먹는 성인이 된 아들도

밥상머리에 마주할 때면

마냥 반갑고 좋지만

내 배가 부르지는 않습니다 。 。 。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나고

후회가 된다는 말이

썩 공감은 안 되지만

혹시 모를

후회는 없어야 할 거 같아서

언젠가부터

좋아하지도 않는 물김치를

넣어둘 때도 없는 들기름을

들고 오기는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집니다 。 。 。

 

♡♡♡ ♡♡♡ ♡♡♡

 

물김치 한 그릇 퍼 놓으며

엄마를 떠올립니다 ~

 

배추와 무 나박나박 썰어

고춧물 우려 소금간 맞추고

이 통 저 통 나눠 담는 동안

몇 번이나

쉬었다 일어났다를 반복하셨을지 。 。 。

 

큰 애 몫, 작은 애 몫

몫 지어놓고 흐뭇해하셨을

울엄마

 

물김치 가져갈래?

네, 주세요!

 

암마표 음식을 언제까지

투정 가득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을까???

 

<글/사진 최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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