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사는 모습

[나이듦] 내 노년의 모습은 어떨까?

사행추 한옥 2022. 5. 18. 15:54

 

 

 

팔십 언저리의 맏동서형님과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 통화를 했다

 

통화내역에 찍힌 번호를 일일이 기억하시고

그 번호를 찾아 가끔 전화를 주셨는데

언젠가부터 전화가 뜸해져 여쭸을 때

 

기억이 어두워지셨는지 ~

찾기가 귀찮으셨는지 ~

그냥 시들하니 그러시던 형님의 연락에

전화번호 어떻게 찾으셨는지 여쭤보니

며칠 동안 뒤져서 혹시나 싶어 해보셨다는데

 

며칠전에도 어제도 딱 한 번

전화벨이 울리다 끊겨

내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형님! 왜 전화를 하다 끊으세요?

 

으응, 동서 바쁠까봐. . . 미안해서 그러지~

 

아니요, 형님! 지금 안바빠요~~

 

 

그냥 봐서 알 듯 모를 듯

약간의 치매증상을 보이는 형님께서

하루 몇 시간 간병아주머니 도움을

받고 계신다는 소식을 질부에게 들었다

 

516초 그리고 526

잠깐씩 형님의 말벗이 되어드렸다.

 

큰시누이한테 전화하는데 왜 안받지?

번호 바뀌었나?

 

 

그 형님 말씀 못하셔서 전화 안돼요, 형님!

아버님 어머님 묘 이장할때도 좀 그러셨잖아요

 

 

, 그 때 못 봤어~

 

 

~ 2년 전 기억이 사라지셨구나!

 

 

지난달에 와서 쑥을 잔뜩 캐갔는데 그러구나서 탈이 났나?

 

 

이건 또 언제 쩍 기억일까?

시누님은 걷지도 못하고 계시는데 ~~~

 

큰시누님 말씀 못하신다는 소식에 맘이 쓰여

또 전화를 하신 거 같다

 

큰조카가 모시고 있다 말씀드리고

내가 형님 뵈러 가서

큰조카와 전화연결 해드린다고 했는데

그 약속은 잊으시고 큰시누이가 궁금해 전화하신 듯싶다

 

 

지금 혼자계세요, 아주머니는요?

 

그이는 12시에 와서 3시에 가!

 

~ ~~

 

 

그런데 그 때가 12시였다.

형님과 통화하다 문득 오래전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

 

긴바늘과 작은바늘

시계의 두 바늘 위치 구분없이 눈에 들어오는 대로 기억하시고

네시오분을 한시이십분이라고 하셨던 시어머님

이후 외출할때면 시어머님과 시계앞에 서서

큰바늘과 작은바늘 위치까지 살펴가며

시간을 알려드리곤 했던 오래전 기억을

형님이 불러주셨다

 

나이 듦

아름다운 노년이면 좋겠는데

그게 참 힘든 일인가 보다

 

이십년 쯤 지난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문득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