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 언저리의 맏동서형님과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 통화를 했다
통화내역에 찍힌 번호를 일일이 기억하시고
그 번호를 찾아 가끔 전화를 주셨는데
언젠가부터 전화가 뜸해져 여쭸을 때
기억이 어두워지셨는지 ~
찾기가 귀찮으셨는지 ~
그냥 시들하니 그러시던 형님의 연락에
전화번호 어떻게 찾으셨는지 여쭤보니
며칠 동안 뒤져서 혹시나 싶어 해보셨다는데
며칠전에도 어제도 딱 한 번
전화벨이 울리다 끊겨
내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형님! 왜 전화를 하다 끊으세요?
으응, 동서 바쁠까봐. . . 미안해서 그러지~
아니요, 형님! 지금 안바빠요~~
그냥 봐서 알 듯 모를 듯
약간의 치매증상을 보이는 형님께서
하루 몇 시간 간병아주머니 도움을
받고 계신다는 소식을 질부에게 들었다
5분 16초 그리고 5분 26초
잠깐씩 형님의 말벗이 되어드렸다.
큰시누이한테 전화하는데 왜 안받지?
번호 바뀌었나?
그 형님 말씀 못하셔서 전화 안돼요, 형님!
아버님 어머님 묘 이장할때도 좀 그러셨잖아요
난, 그 때 못 봤어~
아~ 2년 전 기억이 사라지셨구나!
지난달에 와서 쑥을 잔뜩 캐갔는데 그러구나서 탈이 났나?
이건 또 언제 쩍 기억일까?
시누님은 걷지도 못하고 계시는데 ~~~
큰시누님 말씀 못하신다는 소식에 맘이 쓰여
또 전화를 하신 거 같다
큰조카가 모시고 있다 말씀드리고
내가 형님 뵈러 가서
큰조카와 전화연결 해드린다고 했는데
그 약속은 잊으시고 큰시누이가 궁금해 전화하신 듯싶다
지금 혼자계세요, 아주머니는요?
그이는 12시에 와서 3시에 가!
아~ 네~~
그런데 그 때가 12시였다.
형님과 통화하다 문득 오래전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
긴바늘과 작은바늘
시계의 두 바늘 위치 구분없이 눈에 들어오는 대로 기억하시고
네시오분을 한시이십분이라고 하셨던 시어머님
이후 외출할때면 시어머님과 시계앞에 서서
큰바늘과 작은바늘 위치까지 살펴가며
시간을 알려드리곤 했던 오래전 기억을
형님이 불러주셨다
나이 듦
아름다운 노년이면 좋겠는데
그게 참 힘든 일인가 보다
이십년 쯤 지난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문득 겁이 난다
'우리 > 우리 사는 모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이야기] 한평생 살아낸다는 거 (0) | 2022.05.26 |
---|---|
[가족이야기] 시아버님 기일 (0) | 2022.05.20 |
[부부이야기] 부부사이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0) | 2022.05.13 |
[단양여행] 5월! 사행추의 시작 (0) | 2022.05.02 |
[귀촌일상] 살아보니 삶이라는 게 (0) | 2022.04.29 |